영상갤러리

도시갤러리, 신촌 Light From the Whale

  • 글쓴이
    신촌,파랑고래
    작성일
    2021.01.26

분주한 사람들로 가득한 신촌 연세로를 걷다보면 예전 신촌놀이터 공간에는 정돈된 공원과 예술작품과 같은 건물이 보인다. “청년의 표면은 어느 하나 고요하지 않다. 일렁이는 조각들은 저마다의 빛나는 순간이 있다. ” 박재만(VSA
KOREA) 글에서 영감을 받은 SoA 건축사사무소(이치훈, 강예린 등)가 설계한 ‘신촌, 파랑고래’라는 이름의 건축물이다.


공원을 향해 입을 벌리고 있는 형상의 ‘신촌, 파랑고래’ 파사드에 다섯 개의 눈을 가진 피노키오가 ‘#기꺼이 걸음할 수 있도록’라는 메시지를 들고 나타났다. 이 작품은 현대자동차 그룹 제로원(zer01ne)의 참여작가이자, 바라캇 컨템포러리에서 ‘갤럭시 익스프레스(Galaxy Express)’ 개인전을 진행한 미디어아티스트 양아치 작가가 신촌, 파랑고래 파사드에 설치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서대문구 창천동에 위치한 신촌, 파랑고래가 선보이는 ‘도시갤러리, 신촌’ 첫 번째 현대예술 프로젝트이다. “Light From the Whale”이라는 부제의 프로젝트는 2021년 현재 코로나19 상황이 마치 피노키오와 제페토 할아버지가 ‘몬스트로’라는 고래의 뱃속에서 탈출하기 위해 애쓰는 모양새인양 빗대고 있다. 피노키오 동화에 그려지듯이 고래 뱃속에서 ‘불’을 피워 재채기하게 만들면서 고래의 배 밖으로 탈출하는 것처럼 고래 형상의 건물에서 비춰주는 ‘빛’은 코로나19의 힘겨운 시기를 이겨낼 수 있는 희망을 전달한다. 이번 작품은 밤이 가장 긴 동짓날인 2020년 12월 21일에 설치를 시작하여 가장 밝은 달을 맞이 하는 2021년 2월 26일까지 전시된다.


양아치 작가는 본연의 예술적 요소 ‘빛, 색, 선’을 통해 대중에게 우리가 알고 있는 피노키오를 해석한다. 작가의 최근 개인전 ‘갤럭시 익스프레스(Galaxy Express)’에서 선보였던 성모상에 여러 차원을 볼 수 있는 가상의 눈과 연결되
는 피노키오의 다섯 개의 눈은 위장된 자아의 표상인 ‘기다란 코’로 대표되는 피노키오의 신화적 기성가치를 전위한다. 동시에 현대의 비의도적으로 변화되는 시대적 관점들을 의도적으로 눈의 모형을 변화시켜 다차원의 시선을 제시한다.


강승원이 작사 작곡하고 성시경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노래 ‘태양계’의 도입부의 가사를 영어로 번역한 텍스트에 ‘A Dm A Dm’의 음악적 코드를 배치하여 기호는 시각에서 출발하여 청각으로 인식되고 또다시 시각적 기억체계로 이어지는 여정을 보여준다. 하지만 작가는 원곡의 가사전달에 번역이라는 언어체계를 의도적으로 주입시키고, 메시지로써 ‘#기꺼이 걸음할 수 있도록’을 가사와 코드 사이에 개입시켜 의미의 연결성과 사고체계의 로직(Logic)을 방해함으로써 기호연결의 일반성을 제지한다.


작품을 중심으로 흘러내리는 빛은 연기에 고통받는 고래의 신음 또는 그 속에 있는 피노키오와 제페토가 탈출하기 위한 공명이 발산되고 있다. 하지만 이 공명의 시각성 또한 화려한 샹들리에를 하단에 배치하여 ‘Out of Sight’라는 노래 가사처럼 일시적으로 시각의 초점을 벗어나게 하여 동일 감각 체계의 황홀한 긴장감을 준다.


양아치 작가의 이번 프로젝트 ‘Light From the Whale’는 부제만 존재하고 작품의 제목은 부재한다. 확연하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각적 자극에서 음율이 흐르며, 이 음율은 진정성 있는 언어의 개입으로 조율되지 않는다. 바깥공간의 피노키오와 천장 아래에 있는 샹들리에를 바라보는 사람들은 카멜레온의 사시처럼 눈동자가 따로 움직이는 체험을 하게 된다. 다시 말해 작가는 작품 안에서 변형된 이미지와 왜곡된 배열들을 통해 불안정한 인지체험 속으로 관객을 들여온다. 희망이라는 형이상학적 가치를 바라보는 인간의 불안정한 모습을 투영하고 있는 이 작품은 작가만의 방식으로 코로나19를 바라보는 하나의 장면이자 희망의 메시지가 아닐까?

Music. Deep Blue Sea (Sivan Talmor)
라이센스 제공자. 불방

목록